
파이 슬라이싱은 문이나 창문 같은 진입 지점의 꼭짓점(apex)을 중심으로 반원형 호를 그리며 이동하면서, 방 내부를 조금씩 확인해나가는 기술이다. 처음에는 방 내부에 대한 시각 정보가 전혀 없다. 소리나 목소리 같은 청각 정보가 전부일 수 있다. 그 상태에서 몸을 최대한 엄폐하면서 조금씩 각도를 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발은 "다리가 다리를 밀어내는" 순서로 이동한다. 눈, 총기, 앞발의 방향이 항상 꼭짓점을 향하도록 유지한다. 엉덩이는 엄폐물 쪽으로 돌린다. 45도, 90도, 150도, 180도의 주요 각도에서 멈추고 상황을 판단한다. 이동 중에는 총기를 아래로 향하게 해 방 안에서 먼저 총구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한다.
각도별 분석
좁은 각도(Narrow Angle)에서는 벽을 따라 이동하다가 문틀이 보이기 시작한다. 방 내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지만, 바닥의 혈흔, 연기, 목소리 수 같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방향 확인(Orientation Check)을 수행한다. 멈추고, 총기를 내리고, 숨을 고르고, 뒤를 확인한 뒤 다시 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엉덩이를 벽과 평행하게 정렬하고 앞발이 꼭짓점을 향하게 한다.
45도에서는 방의 측면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방 내부에 몸이 완전히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구획, 복수의 출입구, 복수의 위협을 파악할 수 있다. 총기는 계속 아래로 향한다.
90도 — 치명적 깔때기(Fatal Funnel)의 핵심
90도는 방 중앙이 보이는 각도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서 있는 위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각도에서 방을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미 확인된 구역, 하나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구역이다.

치명적 깔때기란 내가 쉽게 발견되지만 위협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어려운 구역을 말한다. 45도에서 135도 사이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60도에서 90도 사이가 가장 위험하다. 총구가 방 안에서 먼저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90도에 가까워질 때 한 걸음에 빠르게 스냅(snap)하는 방법을 쓴다. 상대가 반응할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150도 구간에서는 총기를 압축(compress)해 노출을 줄인다. 개머리판을 어깨 위로 올리고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하는 자세다. 이 자세에서도 반응 속도는 유지된다.
180도(하드 코너)는 방의 가장 깊은 구석이 보이는 지점이다. 이 단계에서는 각도를 속여(cheat the angle) 방 내부를 최대한 확인한다. 앞발을 평평하게 딛고 안정적으로 들어서면서 총기를 정렬한다. 마지막으로 어깨 너머를 확인해 후방에서 위협이 없는지 점검한다.
치명적 깔때기를 피하는 이유
문이나 창문 같은 진입 지점은 구조적으로 치명적 깔때기다. 방어자는 이 지점을 향해 총을 겨누고 기다리면 된다. 진입자는 반드시 이 지점을 통과해야 한다. 파이 슬라이싱은 이 불리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입 전에 방 내부를 최대한 확인하고, 진입 시 노출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Ready or Not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문 앞에서 멈추지 말고, 파이를 슬라이싱한 뒤 진입하면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
